미사를 드릴 때, 나는 누구인가요?
성당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성수를 찍고 성호경을 긋습니다. 자리를 잡고 무릎을 꿇기도 하고, 조용히 앉아 기도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매주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만, 문득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을까요? 나는 하느님 앞에서 누구일까요?
나는 하느님 앞에서 누구인가요?
미사는 하느님과의 만남입니다. 우리는 미사에 올 때 단지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서기 위해 옵니다. 그러나 때로 이 본래 목적을 잊고 의례적인 행동에 그치기도 합니다.
하느님 앞에 선다는 것은 단지 성당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것을 넘어, 내 마음과 영혼이 진심으로 하느님을 향해 있는가를 묻는 시간입니다. 이 질문이 바로 미사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출발점입니다.
미사는 내가 주인공이 아닌 시간입니다
미사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제대 위에 떡과 포도주로 임재하시는 그리스도가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깨달을 때, 비로소 미사의 진짜 의미가 시작됩니다.
때로 우리는 미사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곤 합니다. “오늘 강론은 어땠나?”, “음악이 별로였다”와 같은 생각이 들 수 있지요. 그러나 미사는 우리가 소비하거나 평가하는 공연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희생에 참여하는 거룩한 시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사에서의 나, 공동체의 한 사람입니다
미사는 혼자만의 시간이 아닙니다. 옆에 앉은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응답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혼자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사제가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고 선포할 때, 우리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응답하는 것은 한 목소리로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미사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미사에 익숙해지면 본래 의미를 잊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야말로 더 깊은 묵상으로 초대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매 미사마다 ‘나는 지금 하느님 앞에서 누구인가?’라고 스스로 묻는다면, 우리의 미사는 결코 습관적인 의식이 되지 않습니다.
루카 복음서에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빵을 떼고 나누는 순간 비로소 그리스도를 알아보았습니다(루카 24,30–31). 우리도 매주 미사에서 빵을 나눌 때 그리스도의 임재를 발견하기를 소망합니다.
묵상 질문
-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하고 있나요?
- 미사에서 나는 그리스도와 공동체를 만나는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나요?
참고
- CCC 1324–1327: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 CCC 1373–1377: 성체 안의 그리스도 실체적 임재(Real Presence)에 대한 교리
- CCC 1098, 1140–1144: 전례는 공동체의 행위이며 성령의 작용 안에서 거행됩니다.
- CCC 2180–2181: 주일 미사 참례는 신자의 의무입니다.
- CCC 2710–2711: 내면의 기도와 하느님 앞에 침묵으로 머무르는 자세
- CCC 1109: 성령은 전례 공동체를 하나로 일치시킵니다.
- CCC 1347: 엠마오의 사건과 성체성사의 전례적 구조
- SC 7: 그리스도께서 전례 안에 실제로 현존하심
- SC 14: 전례에 ‘의식적으로, 적극적으로, 전면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
- SC 26: 전례는 교회 전체, 곧 그리스도의 몸의 활동입니다.
- SC 48: 신자들은 미사에 임할 때 내적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