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단 성모님의 몽소승천
📖 관련 성경 구절
성모 마리아의 몽소승천(Assumptio)은 성경에 직접 서술되지는 않지만, 교회는 성경의 여러 암시를 통해 이 진리를 묵상해 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요한 묵시록 12장에 나타난 하늘의 여인입니다: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묵시 12,1) 이 구절의 여인은 교회와 성모님을 모두 상징한다고 해석되며, 특히 머리에 별의 관을 쓴 모습은 성모님의 천상 영광, 곧 승천과 모후 대관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다른 암시는 “하느님의 궤”(언약궤)로서의 마리아 상징입니다. 구약의 언약궤가 다윗 왕 때 예루살렘 성전으로 옮겨질 때 다윗이 기뻐 뛰논 장면(2사무 6,14)이나, 궤가 예루살렘에 들어오자 미카엘이 “주님, 일어나셔서 당신 처소로 떠나소서”라고 노래한 시편 구절(시편 132,8)은 신약에서 새로운 언약의 궤이신 마리아의 승천을 예표한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루카 1,28)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교의와 연결하여, 죄 없이 깨끗하신 그분의 몸이 썩지 않고 하늘에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믿음이 초기부터 존재했습니다.
🕊 교의적 배경
성모님의 몽소승천은 가톨릭 교회의 4대 마리아 교리 중 하나로, 1950년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ex cathedra(교황 무류성으로) 선언된 믿을 교리입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사도적 헌장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에서 “원죄의 어떠한 흔적도 없이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 지상 생애를 마치신 후 몸과 영혼이 함께 천상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았다”고 엄숙히 선언하였습니다. 이 선언은 마리아 승천에 대한 교회의 오랜 신앙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이미 초세기 교부들 가운데 성 요한 다마스켄스(다마스쿠스의 요한) 등은 마리아 승천을 강론하면서 “출산 후에도 티없이 순결하셨던 마리아의 몸이 죽음 후에도 썩지 않는 것은 마땅하다”,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아드님의 것을 나눠 가지심은 마땅하다”고 말하며 마리아 승천의 합당함을 증언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전승에 따라 마리아의 최후를 ‘기원(己遠)’, 곧 잠드심으로 표현하고, 그분이 죽음을 거쳐 부활의 영광에 동참하셨음을 가르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966항도 “티없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는 지상 생애를 마치신 후 몸과 영혼이 영광스러운 천국으로 들어 올림을 받으셨고, 주님께 모든 피조물의 여왕으로 높여지셨다”라고 명시하여, 승천과 함께 성모님의 모후(母后) 되심을 가르칩니다. 이는 곧 다음 다섯째 신비인 모후 대관과 연결되는 진리입니다. 요컨대, 성모 승천 교의는 마리아께서 예수님의 파스카 신비에 가장 완전하게 참여하신 분임을 선언하는 것이며, 동시에 죄에 물들지 않은 순결한 인간이 누리게 된 구원의 열매를 보여줍니다. 성모님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이미 영혼과 육신이 모두 영화롭게 되셨기에, 종말에 모든 성도가 누리게 될 부활의 영광을 미리 앞서 보여주는 표징이십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이 신비를 묵상할 때에는, 한편으로 지상에서 생을 마감하시는 마리아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보고, 이어서 천상으로 올림을 받는 장면을 마음에 그려봅니다. 전승에 따르면, 마리아께서 잠드셨을 때 사도들이 주변에 모였고, 주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마리아의 거룩한 몸이 천사들에 의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성화(聖畫)나 조각상 등으로도 많이 접해왔지요. 성모님이 눈을 감고 고요히 누워 계신 모습을 떠올리며, 평생을 “예”로 응답하며 봉헌한 삶의 마무리를 묵상해봅시다. 그리고 갑자기 환한 빛 속에 천사들이 나타나 성모님의 지극히 순결한 몸을 들어 올려 하늘로 향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그 순간 지상에 남은 제자들은 경외와 슬픔, 기쁨이 뒤섞인 심경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성모님을 하늘로 보내드리는 마음으로, 감사와 그리움의 기도를 드려봅시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저희를 위하여 이 땅에서 모든 것을 다 바치시고, 이제 하늘 영광을 입으소서.” 성모님의 승천은 인간에게 약속된 영광에 대한 희망을 심어줍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보내드릴 때의 슬픔과 이별의 아픔을 성모님의 승천에 비추어 보세요. 주님을 믿고 의탁하는 이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으로 끝나는 허무가 아니라, 새로운 만남과 영원한 생명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성모님은 이미 그 약속을 이루신 분으로서, 우리를 위해 하늘에서 전구해 주십니다. 이 신비를 묵상하며, 나 자신의 죽음도 두려움이 아니라 주님 품으로 돌아가는 귀향임을 받아들이고, 천국에서 누릴 영광을 사모하는 마음을 키워 봅시다. 또한 지상 생애를 통째로 바쳐 하느님 뜻에 봉헌한 성모님의 삶을 본받아, 나의 남은 여정도 하느님께 향하는 순례로 여기며 살아가기로 다짐해봅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존귀하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님, 지극히 거룩한 승천의 은총을 입으심을 찬미나이다. 티없으신 동정이신 당신을 하늘에 불러 올리신 주님의 크신 능력을 경배하나이다. 어머니, 이 땅의 순례길을 걷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하늘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끌어주소서. 이제 하늘의 모후가 되신 당신께 의탁하오니,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저희와 함께하시고, 죽음의 문턱에서 저희를 당신의 품에 안아 주소서. 성모님처럼 저희도 순결한 마음으로 주님께 “예”라고 응답하며 살다가, 마지막 날에 영광스러운 부활에 참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하나이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성모 승천을 특별히 기뻐하며 노래한 성인들이 많습니다. 4세기의 교부 성 암브로시오는 “성모님께서 이 땅의 삶을 마치셨을 때, 그분의 육신은 하늘의 거룩한 처소에 안치되었다”고 말했고, 성 요한 다마스켄스는 앞서 인용한 것처럼 마리아 승천의 합당함을 역설했습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교의 선포 이전에 전 세계 주교들과 신자들의 간청을 수렴했는데, 수많은 신앙인들이 이미 마리아 승천에 깊은 신심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마리아께 대한 사랑과 공경이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함께 하늘 영광을 누리고 싶다”는 바람으로 표현된 것이지요. 우리 한국 교회도 성모 신심이 남다른데, 많은 신자들이 성모상을 안치하고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에 묵주기도와 성모찬송을 바칩니다. 이러한 신앙의 표현들은 성모님에 대한 공경일 뿐 아니라, 우리의 희망—장차 누릴 부활 영광—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성녀 테레사 (아빌라의 데레사)는 한 환시 중에 성모님의 승천 장면을 보았다고 전하는데, 그녀는 이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모님이시여, 당신의 영광을 제게도 나눠주소서. 제가 지상에서 지닌 작은 십자가들을 당신의 모성적 사랑으로 감싸 주신다면, 저도 마침내 당신과 함께 영광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성인의 간구처럼, 우리도 매일의 십자가를 성모님 손에 맡겨 드리고, 마지막에는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그 영원한 행복에 참여하게 되리라는 소망으로 살아갑니다. “동정녀께서는 죽음을 이기고 하늘의 영광 속에 들어 올림을 받으셨나이다”라는 전례 기도를 마음에 새기며, 성모 승천의 신비가 주는 희망을 붙들고 힘차게 신앙 여정을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