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단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 관련 성경 구절
예수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신 세 제자(베드로, 야고보, 요한)를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사건은 공생활 중 일시적으로 예수님의 신적 영광이 드러난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였다.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희어졌다.” (마태 17,2) 제자들은 영광에 싸인 주님과 더불어,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 (마태 17,5)라는 성부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에 엎드렸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일으키시며 일상의 현실로 데리고 내려오십니다.
🕊 교의적 배경
거룩한 변모(Transfiguration)의 신비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하느님이심을 미리 엿보게 해 준 사건입니다. 교회는 이 변모 사건을 예수님의 수난 전에 제자들에게 주신 위로이자, 부활의 예고로 이해합니다. 탈부케 산상의 예수님 모습은 잠시나마 그분의 하늘 영광을 보여준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 영광스러운 모습을 나중에 회상하며 “그분의 위엄을 친히 본 목격자”였다고 증언하지요 (2베드 1,16-18).
이 사건에는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가 등장하여, 예수님이 율법과 예언의 완성자이심을 나타냅니다. 교부들은 구름 속 성부의 음성을 예수님의 신적 신원에 대한 확인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교리서는 “예수님의 변모는 삼위일체 전체가 현현된 사건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즉 성부의 목소리, 성자의 광채, 성령을 상징하는 빛구름이 함께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한편 제자들이 본 예수님의 영광은 앞으로 올 영원한 영광에 참여할 희망을 우리에게 줍니다. 공의회 문헌(「가톨릭 교회 교리서」 556항)에도 “예수님의 변모는 천국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며, 우리도 그분의 부활 영광에 참여할 것을 약속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이 신비를 묵상할 때, 그 빛나는 장면을 마음에 그려 보십시오. 구름과 빛에 둘러싸여 눈부시게 변모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제자들과 함께 황홀경에 빠져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마태 17,4)라고 말하던 베드로의 심정을 느껴보세요. 동시에 그 영광 앞에서 두려움과 경외로 엎드린 자신의 모습도 떠올려봅니다.
이 신비는 기도 중에 잠깐 맛보는 하느님 체험의 황홀감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가끔 신앙생활 중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의 빛을 체험할 때가 있지만, 늘 그 순간에 머무를 수만은 없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산을 내려오셨듯 우리도 다시 일상의 삶현장으로 돌아가야 하지요. 그러나 변모의 기억은 시련의 때에 우리를 붙들어주는 힘이 됩니다.
그러니 마음 속으로 주님의 영광을 체험했던 순간들을 기억해보세요. 혹은 성체조배나 깊은 기도 중 마음의 평화와 환희를 느꼈던 적이 있다면, 그것이 작은 변모 체험일 수 있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십자가의 길을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변모의 영광을 맛보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때로 어둡고 힘든 순례길에서 희망의 빛을 주시는 주님을 믿고 바라봅시다.
지금 힘겨운 일이 있다면, “눈을 들어 보니 오직 예수님만 보였다”(마태 17,8)라는 구절처럼 결국 제자들 곁에 남아 계신 예수님만을 응시하십시오. 그리고 예수님이 들려주시는 “두려워하지 마라” (17,7)라는 부드러운 음성을 마음에 새기며,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하시는 주님을 신뢰합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주님, 저희에게 당신의 하늘 영광을 한 줄기 비추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의 영광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며 견디게 하소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그의 말을 들어라” 하신 성부의 말씀을 따라, 제가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순종하게 하소서 (주석 성경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님, 때로는 어둡고 답답한 세상살이지만 그 안에서도 하늘의 빛을 발견하도록 제 눈을 열어 주소서. 제 영혼을 밝히시어 언젠가 뵙게 될 당신 부활의 영광을 갈망하며 오늘 하루도 성실히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 성인의 지혜
이 신비에 관해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변모하신 예수님의 광채는 천국에서 의인들이 빛날 모습의 전주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성 레오 대교황은 설교에서 “예수님의 변모는 교회 전체에 퍼지는 희망의 광채”라고 하여, 우리 신자들이 결국 변모된 주님처럼 변화될 것을 강조했습니다.
현대의 영성가들도 이 장면을 즐겨 묵상했는데, 가령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 복자는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며 “매번 산정에서 주님의 변모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산을 타며 하늘에 가까워질 때마다 영광의 주님을 느꼈다고 하지요. 우리 역시 일상의 작은 산 – 곧 기도의 자리에 올라 주님을 대면할 때, 마음이 환히 변모되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로사리오 묵상에서 이 신비를 가리켜 “그리스도의 영광이 그를 믿는 이들 안에 완성될 것을 미리 보여주신 것”이라고 가르치며 희망을 북돋았습니다. 그러므로 변모의 신비는 우리에게 십자가의 길을 통한 영광을 약속하며, “지금은 주님과 함께 고난을 겪어도 장차 영광도 함께 받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줍니다 (로마 8,1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