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매맞으심

📖 관련 성경 구절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을 하게 하였다.”(요한 19,1) 예수님께서는 죄없으신 분이지만, 잔인한 형벌인 채찍질을 당하시며 온몸에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 교의적 배경

로마 병사들의 채찍에 맞아 살이 찢기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이사야서의 예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오실 메시아를 가리켜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 입은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었다. 그가 받은 매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받은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라고 예언했습니다(이사 53,5).

예수님의 채찍 고난은 곧 우리의 죄로 인한 형벌을 대신 짊어지시는 고통의 종의 모습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예수님의 수난을 대속(代贖) 제사로 가르치며, 채찍질부터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는 모든 고통이 우리의 죄값을 대신 치르는 사랑의 행위였음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은 “매를 맞음으로써 우리가 나았다”는 이사야의 말씀을 성취하시며, 자신의 고통을 통해 인류를 죄의 사슬에서 풀어 주셨습니다. 또한 베드로 사도는 훗날 이렇게 선포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친히 나무 위에서 당신의 몸으로 우리의 죄를 지셨습니다… 그분의 채찍 자국으로 여러분은 나았습니다”(1베드 2,24).

이는 예수님의 채찍 고난이 곧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은총의 원천임을 교의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죄 없으신 어린양 예수께서 매맞으실 때,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가 동시에 드러납니다. 곧, 하느님은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고 그 형벌을 치르셨지만, 그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흠 없는 어린양 예수님이었습니다. 이러한 대속의 신비를 통해 우리의 죄는 용서받을 길이 열렸고, 우리는 예수님의 상처로 치유되었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처절한 채찍질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는 죄의 심각성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직면하게 됩니다. 죄인이 받아야 할 벌을 무죄한 예수님께서 온몸으로 받아내시는 모습을 바라볼 때, 우리의 양심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병사들의 채찍이 휘둘러질 때마다 예수님의 살이 찢겨 나가고 피가 흐릅니다.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는 이 장면을 묵상하며 “죄로 가득 찬 우리의 육체 때문에, 죄 없으신 분의 순결한 몸이 찢겨 나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예수님의 몸이 털깎이는 어린양처럼 상처투성이가 되어 땅에 쓰러졌을 때, 하느님이신 그분의 겸허와 인내는 극에 달합니다.

우리는 그저 말없이 그분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묵상은 우리로 하여금 회개와 속죄의 마음을 일으키게 합니다. 나의 죄가 없다면 주님께서 이렇게 매를 맞으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통회가 솟구쳐야 합니다.

동시에, 이렇게까지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사와 감동을 느낍니다. 예수님은 매질이 끝나자 온몸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쓰러지셨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아마 조롱했겠지만, 하늘에선 천사들이 떨며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잠시 세상의 소음을 멈추고, 침묵 가운데 채찍 맞은 예수님을 응시해 보십시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속삭여 봅시다. “주님, 제 죄를 용서하소서. 주님이 대신 받으신 그 고통을 잊지 않겠습니다.” 예수님의 상처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영적 치유의 약이 됩니다. 그분의 채찍 자국을 통해 우리 영혼의 문둥병이 낫고, 죄로 인한 상처가 아물 수 있음을 믿으며, 겸손히 그 은총을 청합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주님, 채찍에 맞으시면서까지 제 죄를 씻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죄를 지을 때마다 주님의 상처가 깊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하게 하소서. 죄에 민감한 양심을 주시어, 사소한 잘못에도 쉽게 안주하지 않고 회개의 채찍으로 제 자신을 단련하게 하소서. 그리고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신 주님의 몸을 바라보며, 남은 제 삶을 거룩하게 살 결심을 굳게 다지게 해주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는 채찍질 신비를 묵상하며 이렇게 권고합니다. “당신과 나는 말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으며,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말없이 그런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오래도록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우리가 할 말 잃을 만큼, 주님의 고통은 처참하고도 숭고했습니다.

성 알폰소 리구오리는 그의 저서에서 “예수님의 상처 하나하나는 우리의 영혼을 씻어주는 사랑의 샘물”이라고 표현하였고, 우리가 지은 죄를 생각할 때마다 그 상처에 입을 맞추듯 회개하라고 가르칩니다.

또한 성녀 가타리나 시에나는 환시 중에 “주님의 살이 찢길 때마다 당신의 마음도 함께 찢어진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전합니다. 이처럼 많은 성인들은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고통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성 바오로 사도도 “그리스도와 함께 자기도 매를 맞고 옥에 갇힌” 순교의 삶을 선택했고(2코린 11,23-25 참조), “예수의 죽으심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고백했습니다(2코린 4,10). 우리도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아, 작은 고통 하나도 주님의 채찍 자국에 결합시키며 바칠 줄 아는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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