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처 십자가의 길 –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시는 장면

제1처 –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심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눈을 감고 이 아침을 떠올려 봅시다.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예루살렘의 새벽녘,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발걸음 소리가 로마 총독 빌라도의 뜰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조용히 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밤새 고문당한 흔적이 얼굴과 옷자락에 그대로 남아 있고, 머리카락 사이로 흐른 피가 마른 채 굳어 있습니다.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말없이 군중을 바라보십니다.

빌라도는 그분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제안합니다. “이 사람을 놓아주고, 바라바를 넘겨줄까?” 그러나 군중은 소리칩니다. “예수를 죽이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빌라도는 결국 진리보다 자기 자리를 선택합니다. 그는 물을 가져와 손을 씻으며 말합니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다.” 그 말은, 사랑에 대한 세상의 대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억울함도, 항변도 없습니다. 그분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죄 없는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그 침묵은 두려움이 아니라, 온전한 순명의 표현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 장면을 마음에 그려봅시다. 군중 속에 내가 있다면, 나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었을까요? 빌라도 옆에 서 있다면, 나는 그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나는, 그저 손을 씻는 사람으로 남았을까요?

오늘 예수님의 첫 걸음을 바라보며, 나도 그 길을 함께 걷기로 결심할 수 있을까요? 나도 진리와 정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성경 말씀

  • 요한복음 19장 12절 – 16절
  • 마태오복음 27장 22절 – 26절
  • 마르코복음 15장 1절 – 15절
  • 루카복음 23장 13절 – 25절

가톨릭 교리서

  • 제599항 –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의 예수님의 죽음
  • 제601항 – 이사야서 ‘고난받는 종’ 예언의 성취
  • 제604항 – “하느님은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셨다.”

묵상 질문

  • 나는 진실이 억눌릴 때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 예수님처럼 고통받는 이 앞에서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 정의 앞에서 침묵하는 자가 아닌, 진리를 증언하는 자로 살고 있는가?

주님, 저희로 하여금 군중에 휩쓸리지 않고, 손을 씻는 빌라도의 선택을 따르지 않게 하소서. 침묵 속에서도 정의를 향해 걷는 당신의 용기를 본받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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