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내내 신부님이 제대 뒤에 서 계시니, 엉뚱한 상상을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 돌 탁자, 뒤쪽에 혹시 서랍 있는 거 아니야?” 라거나, “설교하다 배고프면 드시려고 초콜릿 같은 거 숨겨둔 건가?”, “아니면 마이크 건전지 수납함?” 같은 귀여운 상상들 말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대에는 서랍이 없습니다. 뒤쪽도 앞쪽과 똑같이 매끈한 돌이나 나무로 되어 있죠. 수납공간이라곤 1도 없는 ‘통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랍은 없지만, 그 속에 정말로 ‘무언가’가 묻혀 있기는 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대부분의 성당 제대 한가운데, 그 돌 속에는 작은 뼛조각이 들어 있습니다. “으악, 뼈라고요? 무서워요!” 하실 수도 있겠지만, 해골이 통째로 들어있는 건 아니고요. 아주 작은 크기의 ‘성인(Saint)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죠.
이건 아주 오래된 전통 때문입니다. 옛날 로마 시대,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지하 묘지인 ‘카타콤바’로 숨어들었을 때, 먼저 순교한 신앙 선조들의 무덤 위에서 미사를 드렸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그러니까 제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닙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 믿음의 선배들이 이 미사를 함께 응원하고 있습니다”라는 아주 든든한 표식이 그 돌 안에 심어져 있는 셈이죠. 일종의 ‘영적 연결 장치’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성당에 가서 제대를 보게 되면, 차가운 돌덩이로만 보지 마세요. “아, 저 돌 속에는 2천 년 전부터 이어진 엄청난 응원단(성인들)의 기운이 담겨 있구나” 하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성당에 앉아 있을 때, 눈에는 안 보이지만 수많은 ‘인생 선배’들이 당신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난 혼자가 아니야.” 힘들 때, 이 돌 식탁을 보며 든든한 ‘빽’을 느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