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나는 정말 이상한 경험을 했다. 약 한 달 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꾸었다.
놀랍게도 그 모든 꿈은 종교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어졌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열혈 신자라고 보긴 어렵다. 종교에 몰입하는 성격도 아니고, 평소 생활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기에 이런 꿈들이 오히려 헷갈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더더욱 이 꿈들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매일같이 이어지던 꿈들이 어느 날 갑자기 멈췄을 때는 왠지 모르게 조금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보통의 꿈이라면 기억하지 못하거나 바로 잊어버리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 기간의 꿈은 매번 수녀님, 신부님, 성당과 같은 종교적 환경이 반복되어 나타났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꿈들이 몇 가지 있다.
그날의 꿈은 유독 강렬했다.
꿈속에서 나는 어떤 어두운 그림자와 마주했다.
그림자는 형태가 명확하진 않았지만, 악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그림자가 나를 덮치려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양손을 깍지 끼고 팔을 펴서 십자가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기도문’을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나는 전혀 무섭지 않았고, 분명히 물리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주기도문을 외우는 내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림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당시 나는 온라인으로 예비신자 통신 교리를 받고 있었다.
세례 후 고해성사를 받을 때마다 보속으로 주기도문을 바치라는 지침을 받게 되었다. 내가 꿈속에서 악마를 물리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주기도문이었다는 점에서, 이 기도가 가진 특별한 힘과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그렇다고 이런 꿈을 지나치게 종교적으로 해석하거나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꿈을 통해 주기도문이라는 기도가 실제 내 삶에서 어떤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 꿈의 의미를 천천히 이해하며, 내 삶 속에서 가톨릭 신앙과의 관계를 더 깊이 성찰해보고자 한다. 이 기록은 그런 여정의 첫 번째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