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제43장

오피다의 콘라도 형제가 형제 공동체를 어지럽히던 한 젊은 수도자를 회개시킨 이야기, 그리고 그의 영혼이 죽은 뒤 나타나 연옥에서 구원된 이야기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43장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43장

오피다의 콘라도 형제는 복음적 가난과 성 프란치스코의 규칙을 향한 열정이 뛰어난 인물이었고, 그의 거룩한 삶과 하느님 앞에서의 공로는 지극하여, 주님께서는 그의 생전과 사후에 수많은 기적으로 그를 영예롭게 하셨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그는 오피다 수도원에 손님으로 머물게 되었고, 그곳의 형제들은 하느님 사랑과 형제애의 이름으로, 공동체 안의 한 젊은 수도자에게 훈계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이 젊은이는 너무 유치하고 무질서하며 방종하여, 공동체의 나이 든 형제들과 젊은 형제들 모두가 기도 중에 심하게 방해를 받았으며, 수도규칙의 다른 의무들에도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콘라도 형제는 그 청을 받아들여 자비로운 마음으로 젊은이를 불러내었고, 사랑의 열정으로 그에게 깊고 효과적인 훈계를 전하였다. 그 말씀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즉시 열매를 맺었고,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된 듯한 변화를 보였다. 그는 즉시 순종적이고 친절하며 부지런하고 경건한 수도자로 변화하였고, 온유하고 헌신적인 태도로 모든 덕행을 탐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과거에 공동체가 그의 탓으로 혼란스러웠던 것과 반대로, 이제는 모두가 그로 인해 위로를 받고 큰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하느님의 섭리로, 이 젊은이는 개과천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은 그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였다. 며칠 뒤, 콘라도 형제가 수도원 제대 앞에서 경건히 기도하던 중, 그 젊은 수도자의 영혼이 나타나 그를 경건히 아버지라 부르며 인사하였다.

콘라도 형제가 물었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저는 며칠 전 세상을 떠난 그 젊은 수도자의 영혼입니다.” 콘라도 형제가 다시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너는 어떤 상태에 있느냐?” 그러자 그는 말했다. “하느님의 은총과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저는 지옥에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죄 중 일부는 정화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연옥¹에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간절히 청하오니, 살아 있을 때 저를 불쌍히 여기신 것처럼 지금도 저를 위해 주님의 기도(Paternoster²)와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³)를 바쳐주소서. 아버지의 기도는 하느님께 매우 기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에 콘라도 형제는 기꺼이 그 청을 받아들여, 그를 위해 한 번 기도를 바쳤다. 그러자 그 영혼은 감동하여 말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저는 지금 엄청난 위로와 은총을 느낍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그는 다시 기도를 바쳤고, 기도 후 영혼은 다시 말했다. “거룩한 아버지, 아버지의 기도는 제 고통을 크게 덜어줍니다. 제발 계속해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콘라도 형제는 그 영혼이 자신의 기도로 큰 도움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무려 백 번의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그가 이를 마치자, 그 영혼은 말했다.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 하느님과 저를 향한 자비로 인해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기도로 저는 모든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으며, 이제 천국으로 올라갑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고 떠난 뒤, 콘라도 형제는 형제들에게 이 환시를 자세히 전하며 위로와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이리하여 그 젊은 영혼은 콘라도 형제의 공로와 기도로 천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1. 연옥: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후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죄에 대한 정화를 받는 상태를 뜻합니다.
  2. Paternoster: 라틴어로 ‘주님의 기도’라는 뜻이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도문입니다.
  3. Requiem aeternam: 죽은 이를 위한 기도문 중 하나로,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주님”이라는 뜻입니다.
ⓒ 원문 sacred-texts.com
Public Domain | 번역·정리: 프란치스코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