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단 성모님의 모후 대관
📖 관련 성경 구절
네 번째 신비와 밀접히 이어지는 모후 대관(母后戴冠), 곧 성모 마리아의 여왕 대관은, 묵시록 12장의 “열두 별의 관을 쓴 여인” 묘사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또한 시편 45(44)편 10절에서 “오른편에 황금으로 단장한 여왕이 서 있다”는 구절을 전통적으로 성모님께 적용하여 노래해 왔습니다. 구약 시대 다윗 왕조에서는 왕의 어머니가 게브이라(여왕)로서 왕비 이상의 존귀한 지위를 누렸는데(1열왕 2,19 참조), 예수님을 다윗 왕조의 메시아 왕으로 볼 때 그 어머니 마리아는 당연히 하늘의 여왕이시라는 해석도 전해 내려옵니다. 루카 복음에서 천사가 마리아께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라 부르고 장차 나실 아드님이 왕권을 받을 것이라 예고할 때(루카 1,28-33), 이미 성모님의 모후직(母后職)이 암시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약 성경 자체에 “마리아가 왕관을 받으셨다”는 직접 언급은 없지만, 앞선 승천 교의와 함께 성모님의 모후 신분은 묵시록과 전례 전통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 교의적 배경
성모 마리아의 모후(Queen of Heaven) 신심은 교회 전례와 신앙 전통에 오래 자리해 왔습니다. 교회는 성모님을 향해 “천상의 모후시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하며, 로사리오의 환희-고통-영광의 신비를 마칠 때마다 Salve Regina(성모 찬송 “천상의 모후여”)을 불러 왔습니다. 이러한 신심은 마리아께서 온 천상의 성인들과 천사들의 여왕으로 높임받으셨다는 믿음에 근거합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4년 회칙 『천상의 모후(Ad Caeli Reginam)』을 반포하여 성모 마리아 모후 주님을 공식 선포하고 5월 31일을 모후 축일로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후에 전례력 개편으로 8월 22일로 이동). 이 회칙에서 교황은 “마리아께서 영광 중에 왕관을 쓰시어 만왕의 왕의 어머니로서 왕권에 참여하신다”고 가르치며, 이는 성모님의 특별한 역할—곧 하늘에서 신앙인의 어머니요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밀접히 관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모후 마리아 교리는 앞선 승천 교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966항에서도 성모 승천과 함께 모후로 높여지심을 하나로 언급하며, 성모님께서 “만유의 여왕”으로 주님께 높임받으셨다고 밝힙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마리아를 단순한 성인 한 분으로 공경하는 차원을 넘어, 하늘과 땅의 여왕으로서 특별한 공경(하이퍼둘리아)을 드립니다. 다만 이 공경은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의 왕권에 참여하는 것이지, 마리아 스스로가 그리스도와 별개의 권능을 가지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아들의 왕권을 받아들여 모든 믿는 이의 어머니로 섬기시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왕관을 쓰셨지만 “여왕이기 이전에 우리의 어머니”이시며, 우리를 자녀로 돌보시며 천상에서 전구해 주십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가 마리아를 다양한 호칭(로레토 성모 호칭 기도 등)으로 부를 때 잘 드러납니다. “천상의 모후, 천사들의 모후, 순교자의 모후, 평화의 모후” 등 수많은 칭호들은 모후이신 마리아의 사랑과 돌봄이 교회 전체와 각 신자에게 미친다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성모님의 모후 대관은 그림으로도 많이 그려졌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일체께서 직접 성모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시는 모습이나, 천사들이 둘러싸여 Ave Maria!를 노래하는 모습 등 다양한 이미지가 전해집니다. 이 신비를 묵상할 때, 먼저 하늘에서 환호하는 천군천사들의 찬미 소리를 상상해 봅시다. “어머니께 만세! 우리 왕의 어머니이시여, 만세!” 하고 천사들이 기쁘게 환호할 것입니다. 한평생을 “주님의 종”으로 겸손히 사셨던 마리아께서 하느님에 의해 높임을 받으시는 장면은 정의와 겸손의 승리를 보여줍니다. 성모님 머리에 찬란한 별들의 왕관이 씌워지고, 그분이 왕좌에 앉으시는 모습을 마음 눈으로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우리도 그 현장에 함께 있는 듯이, 마음속으로 성모님께 찬사를 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해 보세요. “모후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저희의 영광이요 기쁨이십니다!” 하고 환호합시다. 또한 모후이신 성모님을 향해 나의 어려움과 소망을 아뢰어 봅시다. 지상의 군주에게도 어머니가 간청하면 잘 들어주듯이, 하늘의 왕이신 예수님께 우리를 위해 청원해주시는 분이 성모님이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님을 “능하신 중재자”로 신뢰하며, 모든 지향을 당신께 의탁해 왔습니다. 지금 내 마음에 품은 기도 지향—가족의 회개, 병중에 있는 친구, 개인의 성화 등—을 성모님께 말씀드리고, 모후이신 성모님이 친히 예수님께 전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성모님의 왕권은 곧 사랑의 왕권입니다. 그분은 통치자가 아닌 어머니로서 우리를 다스리십니다. 그러니 이 신비 앞에서 거창한 두려움이 아닌 친근한 신뢰를 느끼십시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이자 왕비인 분의 옷자락을 붙잡고 강청하듯, 우리의 기도와 삶을 어머니께 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장차 하늘에서 성모님과 함께 왕관을 받을 날을 희망합시다. 성 바오로는 “썩지 않을 승리의 화관”이 우리를 위해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지요(1코린 9,25 참조). 믿음을 지키고 선을 행함으로써 준비되는 의로움의 월계관(2디모 4,7-8)을 떠올리며, 모후이신 성모님의 도움이 있으면 우리도 그 영광에 참여할 수 있음을 믿으며 묵상합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영광의 왕이신 주님의 어머니, 천상의 모후 마리아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나이다! 하늘의 여왕이신 당신 앞에 저희는 작은 백성으로 모여 경배드리며, 저희의 모든 것을 봉헌하나이다. 모후이시여, 저희의 어머니가 되어주시어, 이 거친 세상에서 저희를 보호하시고 이끌어 주소서. 슬픔 중에 위로자가 되어주시고, 위험 중에 저희를 덮어 주시는 보호막이 되어주소서. 당신의 모후왕관이 의미하듯이, 주님께 전구하는 막강한 은총을 저희를 위하여 행사해주소서. 사랑의 어머니, 간절히 바라오니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도록 저희를 다스리시고, 마침내 천국에서 당신과 함께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우리 손을 잡아 이끌어 주소서. 천상의 모후이신 마리아님, 지금도 그리고 저희 죽을 때에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마리아는 여왕이시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어머니다.” 이것은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성녀 데레사는 어린 시절부터 모후이신 성모님을 친근한 어머니로 여겼고, 자신이 죄로 넘어질 때마다 어머니께 달려가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녀는 “세상 임금의 어머니도 그 아들을 통해 청하면 모든 것을 얻어내듯, 하늘 임금의 어머니께 청하는 것은 곧 예수님의 성심을 여는 열쇠를 쥐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교회 역사 속의 많은 성인들도 모후 마리아께 깊이 의탁했습니다. 성 알폰소 리구오리(St. Alphonsus Liguori)는 「영광의 성모」라는 책에서 성모 마리아를 향한 다양한 호칭들을 해설하며, 그중 “모후”라는 칭호에 특히 애정을 보였습니다. 그는 “모후이신 마리아께서는 우리가 하늘에서 쓸 면류관을 준비하도록 왕비처럼 명령하시기보다,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손수 도와주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성모님의 왕권은 사랑과 자비의 다른 이름입니다. 중세의 성인인 성 베르나르도는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성모님을 기억하라”고 하며,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이에게 결코 버림이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실제로 수많은 신자들이 “성모님!”을 부르짖을 때 위로와 도움을 체험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선조들도 박해 속에서 “천주 성모 마리아!”를 외치며 최후를 맞이했고, 성모님의 현존을 느끼며 순교의 관을 받았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묵주기도를 통해 언제나 모후이신 성모님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를 떠올려 봅니다, “묵주기도는 본질적으로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는 관상이다.” 영광의 신비를 바칠 때, 모후이신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는 관상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성모 마리아 모후께서 우리의 묵상을 당신의 믿음으로 이끌어 주시고, 우리의 기도를 친히 당신 손으로 봉헌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