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단 예수님의 탄생 예고 – 마리아의 수태고지 (루카 1,26-38)

📖 관련 성경

천사 가브리엘은 갈릴래아 나자렛의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메시아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는 인사에 놀란 마리아에게 천사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할 것을 전하지요. 마리아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 소명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합니다. 이 겸손하고도 담대한 “예, fiat(피앗)”의 순간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강생의 신비가 시작됩니다 (요한 1,14 참조).

🕊 교의적 배경

수태고지 때 마리아의 응답은 인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자유로운 협력을 통해 구원을 이루길 바라셨고, 마리아는 자신의 순명으로 새 하와가 되었습니다. 교부 성 이레네오는 “마리아께서 순명함으로써 자신과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원인이 되셨다”고 말하며, 불신앙으로 인류를 묶어 버린 하와의 매듭을 마리아의 믿음이 풀어 주었다고 해석합니다.

이로써 마리아는 새 하와, “모든 산 이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협력하게 됩니다. 또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내 주님의 어머니”라고 부른 대로(루카 1,43), 교회는 마리아를 천주의 성모(테오토코스)로 신앙 고백합니다. 이는 태중에 잉태된 예수님이 참 하느님이시며,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의로서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정의되었습니다.

한편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말 “은총이 가득한 이여”는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된 분임을 나타냅니다. 교회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를 기념하며, 하느님께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될 이를 특별한 은총으로 정결케 하셨음을 가르칩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이 신비를 묵상할 때, 나자렛의 작은 가정집에 방문한 천사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보십시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마리아라는 처녀에게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전해지는 장면은, 하느님께서 겸손한 이를 들어 높이심을 보여줍니다 (루카 1,52-53 참조).

마리아는 두려움과 당혹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마라”는 천사의 말에 믿음으로 응답합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말씀과 부르심에 나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마리아처럼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순명의 자세를 돌아봅시다.

하느님의 뜻에 ‘예’라고 말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내 삶에서 하느님의 계획에 순응해야 할 부분을 찾아보십시오. 교부들은 마리아가 마음으로 먼저 그리스도를 잉태했다고 말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동정 마리아는 태중에 그리스도를 잉태하기 전에 먼저 마음속 믿음으로 그분을 잉태하였다”라고 가르치지요.

우리도 마음 안에 말씀을 받아들여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모실 때, 비로소 그분이 우리 안에 탄생하시어 살아계시게 됩니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주님, 당신의 종 마리아께서 보여주신 겸손과 순명의 영성을 제게도 허락하소서.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시고, 제 삶을 통하여 당신 강생의 신비가 드러나게 하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온 세상이 숨죽여 기다리던 마리아의 대답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이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이 순명의 한마디로 하늘과 땅이 이어지고 구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성모님처럼 우리도 ‘예’라고 응답할 때,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육화됩니다.” – 성 베르나르도 (주님 탄생 예고에 관한 설교에서)

(해설: 성 베르나르도는 마리아의 응답을 인류 구원의 결정적 순간으로 묘사하며, 모든 천사와 사람이 마리아의 입을 주목했다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마리아의 “예”는 구원의 문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