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단 아기 예수님의 봉헌

📖 관련 성경

모세 율법에 따라 산모의 정결례 기간이 지나자, 마리아와 요셉은 맏아들을 주님께 봉헌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갑니다.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산비둘기 한 쌍을 제물로 봉헌하던 그때, 성령의 인도로 성전을 찾은 의로운 사람 시메온이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그는 메시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는 성령의 약속을 받고 오랜 세월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려 온 사람이었습니다. 시메온은 아기 예수를 안고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하소서. 제 눈이 구원을 본 것입니다”라고 기도드리며, 예수님을 만민에게 비추는 빛으로 선포합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이 말에 놀라자, 시메온은 마리아에게 엄숙한 예언을 전하지요: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할 것입니다. 또한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될 터인데, 당신의 영혼은 칼에 찔릴 것입니다”.

이때 성령으로 충만한 예언녀 한나도 다가와 아기에게 관한 이야기를 모든 사람에게 전합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갑니다.

🕊 교의적 배경

예수님의 성전 봉헌은 구약 율법의 성취이자 신약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율법은 “태를 연 모든 첫아들은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출애 13,2; 루카 2,23 참조)고 명했고, 성가정은 이를 충실히 지킵니다.

흥미롭게도, 봉헌 자체는 하느님이신 예수님께는 필요치 않은 것이었지만, “율법에 정해진 모든 일을 마치신”(루카 2,39) 성모님과 성 요셉의 순명은 예수님이 장차 율법을 완성하시기까지 율법 아래 자라나심을 보여줍니다.

교부들은 이 장면에서 마리아의 헌신과 고통을 주목합니다. 성전에서 아들을 바치는 마리아의 모습은, 훗날 골고타에서 아들을 바치는 모습의 예표입니다. 성 베르나르도는 시메온의 예언을 주석하며 마리아의 마음이 겪을 아픔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오 복되신 어머니, 참으로 한 자루 칼이 당신 영혼을 꿰뚫었습니다… 아드님 예수님의 살이 창에 찔리기 전에 이미 어머니의 영혼이 고통에 찔렸나이다… 우리는 당신을 순교자보다 더 큰 고통을 겪은 분으로 여나이다”.

이는 마리아께서 구속 사업에 동참하여, 아들의 수난에 마음으로 결합했음을 교회가 성찰하는 근거가 됩니다(루카 2,35의 예언). 그러나 동시에 이 신비는 기쁨의 신비로서, 시메온의 찬미가 알려주듯 “제 눈이 구원을 보았나이다”라는 감격이 있습니다.

교회는 이 시메온의 노래(“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를 라틴어로 Nunc Dimittis라 하여, 매일 밤기도(Compline, 콤플레타)에 노래합니다. 이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당신의 구원을 보았으니 평화로이 떠나게 하소서” 하는 영적 봉헌의 태도를 갖게 하지요.

또한 시메온은 아기 예수를 “만민에게 비추는 계시의 빛”이라고 선언하는데, 이는 예수님이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의 구세주임을 증언합니다.

사실 성전 봉헌 축일(주님 봉헌 축일, 2월 2일)은 교회가 봉헌생활자의 날로 지내며, 한나와 시메온처럼 평생을 하느님께 봉헌한 이들의 삶을 기념합니다. 아울러 모든 신자는 이 신비를 통해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의미를 묵상하게 됩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먼저 성전에서 시메온이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있는 모습을 눈여겨봅시다. 한평생 메시아를 기다려 온 노인은 예수님을 품에 안고 약속의 성취를 체험하며 기쁨에 찬 찬미를 드립니다. 나도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주님을 “얼굴을 마주 보고”(1코린 13,12) 뵙게 될 터인데, 그 약속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가? 시메온의 경건한 삶과 희망을 본받아 봅니다.

다음으로, 시메온의 예언에 담긴 의미를 묵상해 봅시다. 예수님은 “많은 사람을 넘어지거나 일어서게 하고,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공생활과 수난 과정에서 이 예언은 성취되지요.

우리 사회와 내 삶에서 예수님은 어떠한 표징으로 받아들여지는가? 혹시 예수님의 진리와 사랑을 거부하거나 불편해하여 반대 표징으로 여기는 모습은 없는지 성찰해봅니다. 또한 이 말씀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난다는 뜻도 됩니다. 주님의 빛은 우리의 양심과 내면을 비추어 숨은 동기와 죄까지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예수님의 빛 앞에 정직하게 나 자신을 내어놓고 있는가? 돌아봅시다.

이어지는 “칼이 당신 영혼을 꿰뚫을 것입니다”라는 마리아에 대한 예언은, 기쁨 가운데 섞인 고난의 그림자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의 예고가 벌써부터 드러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신앙생활에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함을 체험합니다. 마리아께서는 아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이 모든 말씀을 마음에 품고 또 순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이 올 때, 성모님의 믿음과 인내를 떠올려 봅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을 성부께 봉헌하는 성모님의 심정을 묵상합시다.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마리아는 예수님을 성부께 바치며 그분의 절대적인 주권에 응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것을 하느님 손에 맡겨드리는 봉헌의 영성을 이 신비 안에서 배웁니다.

🙏 묵상을 돕는 기도

하느님 아버지, 당신께 예수님을 봉헌하였던 성모 마리아의 신앙을 기억하며, 저희 자신과 저희가 가진 모든 것을 봉헌드립니다. 주님의 뜻이 저희 삶에 이루어지소서. 기쁨 중에도 닥쳐오는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믿음을 주시고, 언제나 구원의 빛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는 이 봉헌을 통해 이미 자신의 아들을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희생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마리아께서는 성전 봉헌 때부터 갈바리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아들을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순명의 여정을 걸으셨다”라고 가르칩니다(Redemptoris Mater 참조).

또한 성 베르나르도는 “오 거룩한 동정녀여, 당신의 아드님을 바치소서. 우리 모두의 화해를 위하여 이 거룩하고 기꺼운 제물을 봉헌하소서”라고 권고하며, 마리아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 기꺼이 예수님을 봉헌했음을 상기시킵니다 (Lessons from the Sermons of St. Bernard of Clairvaux).

(묵상: 이처럼 마리아는 자기 아들을 자기만의 것으로 붙잡지 않고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우리도 함께 구원받도록 내어주셨습니다. 우리도 삶의 크고 작은 순간에 하느님께 다시 내어드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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