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표범, 백호, 그리고 들려온 말씀 – 꿈 이야기 III

꿈속에서 새끼 표범이 내 팔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표범의 어미와 백호가 내 앞에 서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졌지만, 나는 해칠 마음이 없었기에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자, 새끼 표범은 나를 놓아주었다.
어미와 백호 역시 경계를 풀고 물러났다.
긴장이 풀린 그 순간, 나는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꿈속에서 아주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라, 하느님의 집에서 쉴 때,
하느님의 뜻은 깊은 것이니,
네 이웃을 사랑하라.”
문맥은 이상하지만 그 말씀이 너무 또렷해서, 꿈이 끝난 뒤에도 그대로 적어두었더랬다.
정작 표범이나 백호가 왜 나왔는지, 그때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상징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되었고, 그제야 조용히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성경에서 표범은 종종 숨겨진 위험이나 경고의 상징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또, 어미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식을 보호하는 존재로서, 내가 그 새끼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시험의 눈’이었을지도 모른다.
백호는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동양 전통에서 서쪽을 지키는 존재로 여겨지며
‘정의, 경계, 심판’을 상징한다고 한다.
가톨릭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꿈속에서 그는 내 행동을 판단하는 제3자의 눈처럼 느껴졌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나는 해를 가하지 않았고, 기다림을 선택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바라셨던 사랑의 태도였던 듯하다.
그리고 그래서, 마지막에 그 말씀이 들려온 것이라 느낀다.
“하느님의 집에서 너는 쉼을 얻고,
그분의 뜻은 깊어 너는 다 헤아릴 수 없으니,
그 뜻 안에서, 네 이웃을 사랑하여라.”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