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 카나의 혼인잔치
예수님께서 카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을 묵상합시다
잔치가 무르익던 순간, 뜻밖에도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마리아는 조용히 예수님께 다가가 말합니다.
“포도주가 없습니다.”
단순한 한마디지만, 그 속엔 ‘당신이라면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내 때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시지만, 어머니의 믿음 앞에 결국 응답하십니다. 그리고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채우게 하십니다.
하인들이 순종하자, 물은 붉은 포도주로 변합니다.
이 기적의 순간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하인들은 알았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율법의 항아리는 은총의 잔으로 바뀌고, 결핍은 풍요로 채워집니다.
예수님은 우리 삶의 가장 인간적인 자리—기쁨과 걱정이 교차하는 자리—에 임하십니다.
그리고 충만하게 만드십니다.
우리도 인생의 빈 항아리를 발견할 때, 그 공허함을 예수님께 가져가야 합니다.
때로는 단순한 순종만으로, 주님은 우리에게 ‘최고의 포도주’를 내어주십니다. 그리고 그 포도주는, 우리 영혼에 가장 깊은 찬사를 이끌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