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단 예수님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심

📖 관련 성경 구절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 표징(miracle)을 행하시어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습니다. 이 사건은 요한 복음 2장에 전해지는데, 혼인잔치 도중 포도주가 떨어지자 성모님께서 이를 예수님께 알려드립니다. 예수님은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씀하셨지만, 결국 어머니의 청을 들어 물독 여섯 개를 최고의 포도주로 채워 주십니다. 이 표징으로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어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 교의적 배경

카나의 기적은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첫 기적이자, 예수님이 메시아적 영광을 처음으로 나타내신 순간입니다. 교회는 이 장면을 통하여 마리아의 전구(轉求), 곧 성모님의 중보 역할을 특별히 강조합니다. 교리서에서는 “카나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는 잔치집의 필요를 아들에게 청하였다. 이는 다른 잔치, 곧 어린양의 혼인잔치를 가리키는 표징이다. 그 잔치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당신 신부인 교회의 청에 따라 내어주신다”고 가르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618항 참조).

마리아의 중재로 이루어진 이 기적은 훗날 성체성사에서 예수님께서 몸소 당신 자신을 내어주심을 예고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교부들은 이 물이 포도주로 바뀐 사건을 통해 혼인의 중요성과 성사의 가치를 해석했습니다. 가나의 혼인은 단순한 잔치 이상의 의미, 즉 그리스도(신랑)와 교회(신부)의 신비로운 결합을 예표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이 신비를 묵상할 때, 혼인잔치의 흥겹던 분위기가 포도주가 떨어지며 당황과 난처함으로 바뀌는 장면을 그려보십시오. 그런 가운데 조용히 예수님께 다가가 “포도주가 없구나” 하고 말씀드리는 성모님의 세심한 배려를 떠올려 보십시오. 이어서 성모님이 하인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이 말씀은 성모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마지막 성경상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에서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성모님처럼 예수님께 간청하고 또 예수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우리의 청을 들어주시지만, 당신의 정하신 때와 방법에 따라 역사하십니다. “아직 제 때가 아니다” 하신 예수님도 결국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응답하셨듯이, 우리의 기도에도 가장 알맞은 때에 응답하실 것을 믿고 기다려보세요.

한편 이 기적의 현장에서 변한 포도주의 풍성함과 뛰어난 맛을 상상하며, 예수님께서 우리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바꾸실지 기대해보십시오. 우리의 일상적인 ‘물’ 같은 노력이 예수님의 은총으로 ‘포도주’ 같은 열매로 변화될 수 있음을 믿으며, 작은 일도 정성껏 수행하도록 결심해봅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주 예수님, 저희 삶에 부족함이 있을 때 언제나 세심하게 돌봐 주시는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성모 마리아처럼 저희가 필요한 바를 주님께 용감하게 청하고, 주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제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신 성모님의 권고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매순간 주님의 뜻에 따라 행하게 하소서. 제 평범한 일상도 주님의 손을 거치면 기쁨의 포도주로 바뀔 수 있음을 믿나이다. 오늘 제게 주신 소명과 임무들을 충실히 이행하여, 주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에 대한 성인들의 가르침은 일치합니다. 성 알폰소 리구오리는 “마리아에게 전구(轉求)를 청하는 이들은 결코 버림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성모님은 첫 기적 때처럼 지금도 당신 아드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분”이라며 신뢰를 당부했습니다.

우리가 성모님께 의탁할 때, 성모님은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하고 “무엇이든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조언해 주십니다. 이러한 성모님의 권고를 따라 순종했던 하인들은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의 직접적인 협력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의 손을 잡고 순명할 때, 주님 기적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이 사건은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의 청원에 응답하시는 예수님을 보여줍니다. 성 어거스틴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이 혼인잔치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혼인을 본다”고 하였습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주님께서는, 미사에서 포도주를 당신의 성혈로 변화시키시지요. 그러므로 이 기적을 묵상하며 성체성사의 놀라운 신비까지도 함께 떠올리며 감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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