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단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심

📖 관련 성경 구절

예수님 공생활의 절정은 최후의 만찬에서 일어났습니다. 파스카 축제를 앞둔 저녁,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시며 성체성사와 성품성사(사제직)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라. 이것은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마르 14,22-24 참조)

이로써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몸과 피로 축성되었고,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영적 양식으로 우리에게 내어주셨습니다. 또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루카 22,19) 하심으로써 제자들에게 이 성찬례를 거행할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성사의 제정은 이튿날 있을 십자가 희생을 미리 성사적 방식으로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 교의적 배경

가톨릭 교리는 성체성사를 “그리스도인 생활 전체의 원천이자 정점”으로 가르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지극히 거룩한 성체 성사는 교회 삶의 원천이며 정점이다”라고 선언했고, 교리서도 이를 인용하여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 친히 성체와 성혈의 성사를 제정하셨으므로, 미사 성제(聖祭)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희생이 현존하는 거룩한 제사입니다. 교리서 1367항은 “성체성사는 갈보리의 희생과 동일한 희생이며, 단지 방법만 다를 뿐”이라고 설명하지요.

또한 성체성사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의 제사로서, 예수님이 친히 당신 몸과 피로 맺으신 언약입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성인들은 성체성사의 실체 변화(transubstantiation)를 가르쳐 왔는데, 성 아우구스티노는 “눈에 보이는 것은 빵과 포도주이지만, 믿음으로 그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깨달으라”고 말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도 성체성사를 “모든 성사의 완성”이라고 부르며, 그 신비를 기리는 「성체 찬미」(Pange Lingua)와 같은 주옥같은 기도문을 남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세상 끝날까지 당신 자신을 실제로 현존시키시고, 우리와 깊이 결합하기를 바라십니다. 교회는 매일 전세계 곳곳에서 미사를 봉헌함으로써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의 죽음을 기념”합니다 (1코린 11,26). 또한 성체성사는 교회의 일치를 이루는 사랑의 띠이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보증하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요한 6,54-58 참조).

🔍 묵상을 위한 안내

이 신비를 묵상하며, 예수님께서 최후만찬 다락방에서 빵을 들고 감격스럽게 바라보시던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십시오. 그리고 조용히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다음, 삶의 마지막 선물로 당신 자신을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제자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오늘 미사 때 제대에서 같은 말씀이 울려퍼지고, 빵과 포도주가 축성되어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는 그 거룩한 순간을 마음에 떠올리십시오.

성체 성혈을 받아 모시는 순간의 감격과 감사도 되새겨 봅니다. 혹시 성체 앞에서의 기도 경험이 있다면, 성체조배 때 마음의 평화와 뜨거움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리세요. 성체성사는 예수님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마련하신 사랑의 방식임을 묵상합시다.

주님은 나약한 우리가 영적으로 굶주리지 않도록 친히 양식이 되셨습니다. 이 엄청난 사랑 앞에서 내가 드릴 수 있는 응답은 무엇일까요? 주님께 더욱 자주 감사의 미사를 봉헌하고, 가능한 자주 영성체를 함으로써 주님과 일치를 이루겠다고 다짐해보세요. 또한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하며,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십자가 상향 재현되는 그 희생을 깊이 경배합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주 예수님, 마지막 만찬에서 저희를 위해 당신 몸과 피를 내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빵은 내 몸, 이 잔은 내 피”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믿나이다. 주님, 성체의 신비를 깨닫게 하시고, 저마다 그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영성체할 때마다 제 안에 오시는 예수님, 제 영혼을 정결하고 겸손하게 준비하여 모시게 하소서. 십자가의 그 희생을 잊지 않고 매 미사 때 참회와 감사의 마음을 드리게 하소서. “저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라” 하신 명령에 따라, 교회의 전례 안에서 저도 온 삶을 주님께 봉헌하며 살게 하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성체성사에 대한 성인들의 사랑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는 “만약 우리가 성체의 가치를 깨닫는다면, 기쁨으로 죽어버리고 말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성 파드레 피오 신부는 “세상이 태양 없이도 존속할 수 있을지 모르나, 미사 없이는 결코 존속할 수 없다”고 말하며 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매일 봉헌되는 미사가 온 세상에 생명을 준다는 신앙 고백이지요. 성모 데레사 성녀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미사성제 안에서 예수님을 모시는 시간”이라며 하루에 여러 번 미사에 참여하곤 했습니다.

한편 성 이냐시오 로욜라는 성체조배 중에 종종 황홀경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주님의 현존을 체험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의 한국 순교성인들 역시 성체성사를 목숨 바쳐 지켰습니다. 서울의 순교자들은 박해 속에서도 몰래 미사를 거행하며 성체를 모셨고, 어떤 이는 감옥에서 밀떡으로 가짜 성체성사를 흉내내며 성체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선열들의 신앙을 본받아 우리도 성체에 대한 흠숭과 신심을 더욱 키워 나가야겠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또한 서로도 형제자매로 깊이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성체의 신비를 묵상할 때마다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이웃과 화해하며, 세상에 봉사하는 삶을 다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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