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성당에 처음 발을 들인 분들이 가장 당황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아세요? 바로 미사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났다, 앉았다, 무릎 꿇었다를 반복할 때입니다.
마치 나만 모르는 ‘눈치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단체 체조 시간에 온 것 같기도 하죠. 타이밍을 놓쳐서 나 혼자 앉아 있으면 뒤통수가 따갑고,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식은땀이 흐르셨을 거예요. 그래서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저기… 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나요?”
걱정 마세요. 결론부터 시원하게 말씀드리면 그냥 편안하게 앉아 계셔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미사 중의 동작들은 하느님께 대한 존경과 기도를 ‘몸’으로 표현하는 신자들의 약속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 하느님의 집에 초대받은 소중한 ‘손님’이잖아요? 손님이 남의 집 행사에 가서 복잡한 절차를 다 외워서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영받을 자격이 있거든요.
오히려 엉거주춤 옆 사람 눈치 보며 따라 하다가 지치는 것보다, 맨 뒷자리에 푹 파묻혀서 관람하듯 편안하게 계시는 걸 추천합니다. 웅장한 오르간 소리와 사람들의 나직한 기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잠시 멍하니 있어 보세요. 성당은 당신의 ‘자세’를 채점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일상에 지친 마음이 ‘평화’를 얻으러 오는 곳이니까요.
혹시나 튀어 보일까 봐 걱정되신다고요? 신부님은 제대 위에 계셔서 멀어서 안 보이고, 신자들은 기도하느라 바빠서 생각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답니다. 그러니 이번 주말에는 긴장 풀고, 가장 편한 자세로 그 고요한 평화를 맘껏 즐기다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