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로비나 복도를 지나, 미사를 드리는 공간인 ‘성전’ 문을 딱 열었을 때를 상상해 보세요.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의자들 사이, 저 앞의 제대(단상)까지 시원하게 뻗은 중앙 통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영화제 레드카펫처럼 곧게 뻗은 그 길을 보면, 본능적으로 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뚜벅뚜벅 걷고 싶어지죠.
하지만 잠깐!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주변 신자분들의 묘한 시선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어? 복도는 맘대로 다녀도 된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성당 건물 복도나 로비는 당연히 괜찮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기도하는 공간(성전) 안, 의자 사이의 정중앙 길입니다. 이곳은 천주교에서 ‘하느님 전용 VIP 로드’로 통하거든요.
이 길은 미사가 시작될 때 사제(신부님)가 입장하고, 거룩한 십자가와 복음서가 지나가며, 무엇보다 성체(예수님의 몸)가 이동하는 길입니다. 옛날 임금님이 다니던 길을 비워두던 것처럼, “이곳은 주님이 오시는 길이니 비워두자”는 우리만의 존중(Respect)의 표현인 셈이죠.
“그럼 평생 저 길은 구경만 해야 하나요?”
에이, 설마요. 미사 중에 성체를 받으러 나갈 때, 혹은 당신이 결혼식의 주인공(신랑·신부)이 되는 날에는 그 길이 활짝 열립니다. 그때는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게 그 길을 누리셔도 됩니다.
그러니 평소에 성전에 들어오실 땐, 양옆의 사이드 통로를 이용해 슬쩍 자리를 찾아가는 ‘센스’를 발휘해 주세요. 진짜 주인공이 되는 날을 위해, 중앙 통로는 잠시 아껴두는 것도 꽤 멋진 일 아닐까요?
이번 주말 성당에 가서 성전 문을 열면, 중앙 통로 대신 가장자리 길을 이용해 보세요. 그 작은 겸손함이 당신을 더 돋보이게 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