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좀 해보려고 촛불을 켰는데, 우리 집 주인님(고양이)이 솜방망이를 날려서 식겁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사님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아찔한 순간입니다. 고즈넉하게 초 켜고 묵주기도 좀 하려다가, 고양이 수염 태워먹고 ‘불 쇼’ 할 뻔한 사연이 심심찮게 들려오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화재 걱정 없는 ‘LED 초(전자 촛불)’를 기도용으로 쓰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건전지 넣는 초를 켜자니 묘한 죄책감이 듭니다. “이거… 가짜 아닌가? 이런 걸로 기도해도 되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괜찮습니다. 성당 제대 위에서 미사 때 쓰는 초가 아니라면, 가정 기도용 초는 밀랍이든 LED든 상관없습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의 타오르는 마음을 더 중요하게 보시니까요.
그렇다면 이 LED 초를 성당에 가져가서 “신부님, 축복해 주세요”라고 해도 될까요? 여기서 명쾌한 기준을 하나 알려드립니다. 베네딕토 신부님의 비유를 빌리자면, ‘고기 자르는 가위’를 떠올려보세요.
주방에 있는 고기 전용 가위로 택배 박스를 뜯거나 종이를 자르진 않죠? 오직 요리할 때만 쓰려고 따로 구별해 둔 도구니까요.
기도 물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다이소에서 산 2천 원짜리 LED 초라 해도, “이건 오직 기도할 때만 켜겠다!”라고 마음먹고 구별해 두셨다면, 그건 거룩한 기도의 도구가 됩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신부님께 축복을 청하셔도 됩니다.
반대로 “평소엔 무드등으로 쓰다가, 가끔 기도할 때도 켜야지” 하는 마음이라면? 그건 그냥 생활용품입니다. 굳이 신부님께 가져가지 않고, 직접 십자 성호를 그으며 사용하시면 충분합니다.
하느님은 기도를 원하시지,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수염이 타거나 집안이 홀라당 타버리는 걸 원치 않으십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죄책감 대신 ‘기도 전용 LED 초’ 하나 장만해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묵주알을 굴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