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있죠. 정면 십자가 아래, 예쁜 꽃으로 잔뜩 꾸며진 크고 네모난… 돌덩이(?) 말이에요.
처음엔 다들 비슷하게 생각해요. “저기 마이크 놓고 설교하는 단상인가?” 혹은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는 보물 1호?” 왠지 ‘접근 금지’ 푯말이 붙어 있는 것 같고, 신부님만 근엄하게 오르락내리락하시니 괜히 주눅 들기도 하죠.
하지만 쫄지 마세요. 저것의 진짜 정체를 알면 꽤나 뭉클해질 겁니다. 성당에서는 저곳을 ‘제대(Altar)’라고 부르는데, 아주 쉬운 말로 번역하면 ‘식탁’입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비싼 밥상이죠.
2천 년 전, 예수님이 친구(제자)들을 모아놓고 마지막으로 밥을 먹었던 그 테이블을 오늘날 우리 동네 성당에 재현해 놓은 거예요. 미사(Mass)가 겉보기엔 엄숙한 의식 같아도, 본질을 뜯어보면 “다 같이 모여 하느님이 차려준 밥(성체)을 먹는 시간”이거든요.
가끔 신부님이 미사 시작과 끝에 저 제대에 엎드려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셨을 텐데요. “아이고, 먼지 묻겠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건 이 식탁의 주인이신 예수님께 드리는 리스펙트이자, 사랑의 입맞춤이니까요.
그러니 이번 주 미사에 가게 된다면, 제대를 높은 ‘설교단’이나 무서운 ‘무대’로 보지 말고 ‘나를 위해 차려진 따뜻한 식탁’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신부님이 제대 위에서 빵과 포도주를 들어 올릴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아, 나 배고플까 봐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시는구나!”
성당은 당신을 훈계하러 오라고 만든 곳이 아니라, 당신의 배고픈 영혼에 밥을 먹여 주려고 만든 곳입니다. 저 식탁은 언제나 당신을 향해 활짝 열려 있으니까요.
“밥 한번 먹자”는 말, 빈말이 아니에요. 이번 주말엔 성당 식탁 구경 한번 가보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