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멤버십 카드 없으면 못 들어가나요?

성당 앞을 지나갈 때마다 멈칫하시나요? 왠지 그 웅장한 문 앞에서 “회원님, 멤버십 카드 보여주시죠”라며 누군가 막아설 것 같고,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쫓겨날까 봐 걱정되시나요? 혹시 ‘나는 신자도 아닌데’, ‘나는 죄가 많은데’라며 스스로 ‘입구 컷’을 하고 계신다면, 제 말을 믿고 안심하세요. 성당엔 보안요원도, 얼굴 인식 스캐너도 없습니다.

천주교는 기본적으로 ‘오픈 하우스’입니다. 세례를 받았든 안 받았든, 과거에 무슨 짓(?)을 했든 상관없습니다. 성당은 완벽한 사람들만 모이는 ‘명예의 전당’이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영혼의 종합병원’에 가깝거든요. 아픈 사람, 지친 사람, 그냥 심심한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아무나 가도 되냐고요? 네, 당신이 바로 그 ‘아무나’ 중 VIP입니다.

“막상 들어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저하는 분들을 위해 팁을 하나 드릴게요.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 미사 시간이 부담스럽다면 평일 낮 시간을 공략해 보세요. 문은 열려 있고, 내부는 아주 고요합니다. 그냥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가장 뒤쪽 구석 자리에 앉으세요. 할 줄 아는 기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가만히 앉아 ‘성당 멍’을 때리는 것, 천주교에서는 이걸 꽤 있어 보이게 ‘묵상’이라고 부르거든요. 충분히 쉬셨다면 쿨하게 일어나 나오시면 됩니다. 입장료도 없고, 헌금 바구니를 들이미는 사람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육중해 보이는 성당 문, 사실은 손만 대면 아주 부드럽게 열립니다. 마음이 시끄러운 날, 슬쩍 그 문을 밀고 들어가 보세요. 아무도 당신에게 “누구세요?”라고 묻지 않을 겁니다. 그저 고요함이 당신을 안아줄 거예요.

지금 당장, 근처 성당으로 산책 한번 어떠세요?

즐겨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