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시기: 우리 공동의 집을 위한 기도와 실천
오늘날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앞에서 “창조물을 위한 기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은 매년 9월 1일을 시작으로 10월 4일까지 창조시기(Season of Creation)를 지키며, 피조세계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기 위한 기도와 행동을 함께합니다[1][2]. 이 시기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노래한 ‘형제 태양의 찬가’의 정신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창조 질서를 훼손하지 않고 돌볼 것을 새롭게 다짐하는 기간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에큐메니칼 흐름에 가톨릭 교회가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하며, 창조 보전이 신앙에 뿌리 둔 의무임을 반복해서 가르쳐 왔습니다[3][4].
왜 창조시기를 지키는가
가톨릭 신앙은 창조 세계를 하느님의 선물로 고백합니다. 창세기와 시편은 땅과 바다와 그 안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임을 증언하고, 교회는 전례와 교리를 통해 인간이 피조물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돌볼 소명을 받았음을 가르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회칙 Laudato Si’(2015)는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는 통합적 생태를 제시하며, 개인의 회심을 넘어 공동선과 정책, 경제·사회 구조, 기술과 문화의 방향까지 함께 묻도록 이끕니다[4]. 창조시기는 이러한 가르침을 한 달여 동안 기도(영성)–성찰(교육)–행동(실천)으로 엮어 본당과 교구, 가정과 학교, 수도회와 사도직 단체가 함께 체험하도록 돕는 교회의 공적 여정입니다[8].
1. 창조시기의 역사와 기원
창조시기는 동방정교회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그리스도교로 확산된 전통입니다. 1989년 동방정교회의 디미트리오스 1세 총대주교는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제정했고, 이 날짜는 정교회 전례력의 새해 첫날로서 하느님 창조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상징성을 지녔습니다[1]. 이후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 기도를 한 달간의 여정으로 확장하여, 9월 1일부터 10월 4일(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까지를 Season of Creation으로 제안하였습니다[2].
서방 교회 전통에서 10월 4일은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사랑한 성 프란치스코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동방과 서방의 상징적 날짜를 연결한 제안은 에큐메니칼 정체성을 뚜렷하게 했고,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를 포함한 다양한 교회가 이 시기를 각자의 전례·교육·실천 속에 수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여러 가톨릭 주교회의들은 1990년대부터 9월 1일을 자체적으로 기념해 왔고, 본격적으로는 2015년 교황 프란치스코의 공식 제정 이후 전 세계적 보편 실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3].
2. 교황청의 공식 입장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련 문헌
가톨릭 교회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지도 아래 창조시기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적극 참여해 왔습니다. 2015년 8월 6일,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가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공식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서한을 반포했습니다[3]. 같은 해 발표된 회칙 Laudato Si’는 창조 세계 돌봄을 신앙과 도덕의 핵심 과제로 부각시키며, “낭비와 무관심의 문화”를 넘어 “찬미와 감사, 절제와 돌봄의 문화”로의 회심을 요청합니다[4].
이후 교황은 매년 9월 1일에 창조시기 메시지를 발표해 왔습니다. 메시지는 성경과 전통에 비추어 그 해의 주제를 제시하고, 신자 생활과 사회적 책임, 공적 선택의 차원에서 요구되는 변화를 촉구합니다. 2024년 메시지는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를 표제로, 로마서 8장의 희망에 근거해 절망이 아닌 신앙의 행동을 촉구했고[5], 2025년에는 “창조와의 평화”를 표제로 정의에서 솟는 평화(이사야 32,17)를 묵상하도록 이끌었습니다[6]. 전례 차원에서는 2025년에 창조시기 중 사용할 수 있는 ‘피조물 돌봄을 위한 미사’ 전례문이 공포되어 본당과 교구가 미사 안에서 창조 보전을 더 분명히 기념할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7].
3. 창조시기의 기간과 의의 (9월 1일~10월 4일)
창조시기는 매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시작하여 10월 4일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마무리됩니다. 시작일은 동방 전통의 창조 신앙을, 마침일은 서방 전통에서 생태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는 프란치스코의 모범을 상징합니다[2]. 한 달여의 기간 동안 교회는 전례(미사·성무일도)와 교육, 사목·사회 실천을 결합해 기도 → 성찰 → 행동의 순환을 체험합니다[8].
9월 1일에는 창조의 선물에 대한 감사, 창조 질서 파괴에 대한 회개, 피조물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대를 청하는 기도가 바쳐지고, 다양한 본당·교구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10월 4일에는 성 프란치스코의 전구에 의탁하여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하느님을 찬미하며 창조시기를 마무리합니다. 이처럼 날짜 자체가 동서 교회 전통을 잇는 상징이자, 교회 일치의 영성을 드러내는 표지가 됩니다.
4. 매년 설정되는 주제와 그 신학적 해석
창조시기 국제 운영위원회는 해마다 성경과 전통에 뿌리 둔 공통 주제를 제안합니다. 주제는 그 해의 현실(기후·생물다양성·정의 문제 등)에 대한 신앙의 응답 방향을 비추며, 본당과 단체가 전례·교육·행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길잡이를 제공합니다.
2019: “생명의 그물(Web of Life)”
급속한 종다양성 손실과 서식지 파괴가 심각해지던 시점에, 모든 피조물이 상호 연결된 하나의 생명 그물이라는 성경적 통찰을 재확인했습니다. 창조의 다양성은 하느님의 축복이므로, 인간의 경제 활동과 소비 습관이 이 그물을 훼손하지 않도록 전환이 요청되었습니다[9].
2020: “땅의 희년(Jubilee for the Earth)”
성경의 희년은 땅을 쉬게 하고, 빚의 멍에를 벗기며, 공동체 관계를 회복하는 해방의 표징입니다. 이 주제는 지구가 겪는 과부하와 불의의 구조 속에서 쉼·회복·정의를 함께 모색하도록 초대했습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인간 사회와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이 또렷해지며 회개와 재건의 윤리가 강조되었습니다[10].
2021: “모든 이를 위한 집? 하느님의 오이코스 새롭게 하기”
오이코스(oikos)는 ‘집’을 뜻하며, 생태(ecology)와 경제(economy)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집 안에서 모든 생명이 존엄과 안식을 누리는가를 성찰하며, 생태 정의와 사회 정의가 하나의 도덕 질서 안에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11].
2022: “창조의 목소리를 들어라”
출애굽기의 불타는 떨기나무 상징 아래, 기후위기로 탄식하는 지구와 취약한 이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라는 초대였습니다. 피조물의 신음(로마서 8장 22절)을 듣고 응답하는 것이 신앙인의 책임임을 새겼습니다[12].
2023: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아모스 5,24)는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메마른 대지에 정의의 물줄기가 흘러야 평화가 온다는 영적·사회적 진리를 강조했습니다. 창조 보전을 가로막는 탐욕과 무관심에 대한 회개, 공동의 책임이 촉구되었습니다[13].
2024: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
로마서 8장의 희망에 근거해, 절망이나 체념이 아니라 희망에 기초한 행동이 신앙의 표지임을 천명했습니다. 개인의 절약과 생활 전환에서 공동체적 결정과 공적 정책까지, 희망은 구체적 변화를 요구합니다[5].
2025: “창조와의 평화”
“정의의 결과는 평화”(이사야 32,17)라는 예언을 따라, 창조 세계의 평화는 정의로운 관계에서 샘솟는다는 신학을 묵상하도록 제시합니다. 피조물·이웃·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가 회복될 때, 창조의 평화도 비로소 가능해집니다[6].
신학적 요지 — 창조는 하느님의 선물(시편 24,1)이며, 인간 사회의 정의와 생태 정의는 분리될 수 없습니다. Laudato Si’가 말하는 통합적 생태는 개인의 영성, 공동체의 삶,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하나로 엮습니다[4].
5. 전 세계 교회와 공동체의 실천 사례
전례와 기도
많은 본당과 교구가 창조시기 특별 미사, 성무일도, 성체조배, 에큐메니칼 공동기도회를 봉헌합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환경 분야 종사자와 활동가들을 기억하고 축복하는 그린 미사(Green Mass)가 거행되어, 창조 보전을 위한 전문 직무가 교회의 사명 안에 있음을 드러냅니다[14]. 2025년에는 ‘피조물 돌봄을 위한 미사’ 전례문 공포로 전례적 참여의 제도적 기반이 확장되었습니다[7].
교육과 의식 고취
주교회의·사도직 단체·수도회는 본당과 학교가 활용할 수 있는 자료집, 주보 삽지, 강의안, 영상, 팟캐스트 등을 제작·배포합니다. 신자 공동체는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 최신 과학을 함께 학습하며 신앙적 분별을 도모합니다[15].
행동과 사회적 실천
나무 심기, 하천 정화, 플라스틱 줄이기, 재사용 캠페인, 기후정의 행진, 정책 제안 서명, 탄소금식 등 다양한 행동이 전개됩니다. 본당·학교·가정은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 전환, 교통 습관 개선 등 실천 가능한 전환을 계획하고 점검합니다[15].
6. 한국 및 아시아 교회의 참여 현황
한국 천주교회는 2015년 교황청 제정 직후부터 9월 1일 기념과 창조시기 실천을 전국적으로 권고해 왔습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본당은 개막 미사, 보편지향기도, 강론 자료, 주보 삽지, 온라인 기도 모임, 생태 달력 배포 등을 통해 신자 참여를 돕고, 거리 미사·연대 행사·포럼·피정 등을 개최해 신학적 성찰과 영적 쇄신의 장을 열었습니다[16]. 서울·수원·전주 등 각 교구는 지역 현실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과 가정, 학교 사목과도 연결해 왔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주교회의가 일찍이 9월을 “창조 보전의 달”로 선포하여 광산 개발 피해 지역 연대, 사진·시화전, 공동 기도 등 신앙과 사회적 옹호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이어 왔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 교회와 아시아 주교회의(FABC)는 창조시기 자료와 기도문을 공유하며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 현실을 반영한 실천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16].
주(각주)
- 1989년 동방정교회 선언 — 디미트리오스 1세 총대주교가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선포. 9월 1일은 정교회 전례력의 새해 첫날로 창조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상징성을 지님.
- WCC의 창조시기 제안 — 세계교회협의회가 9월 1일~10월 4일(성 프란치스코 축일)까지를 에큐메니칼하게 지내도록 권고, 동방과 서방 전통이 만나는 구조 제시.
- 가톨릭 공식 제정(2015.8.6) — 교황 프란치스코가 전 세계 가톨릭에 9월 1일 기념일을 공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서한 반포, 교회 일치 차원의 참여 독려.
- 회칙 「찬미받으소서」(2015) — ‘우리 공동의 집’ 돌봄, 통합적 생태, 생태 회심을 교회의 도덕·영성 과제로 제시. 기도·교육·정책·생활양식의 전환을 함께 촉구.
- 창조시기 2024 표제 —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 로마서 8장의 희망에 근거해 절망이 아닌 신앙의 행동을 요청.
- 창조시기 2025 표제 — “창조와의 평화”. 이사야 32,17의 ‘정의에서 솟는 평화’에 영감. 정의·평화·창조 보전의 통합을 묵상하도록 제시.
- 전례 발전 — 2025년 ‘피조물 돌봄을 위한 미사’ 전례문 공포로 본당·교구가 창조 보전을 미사 안에서 분명히 기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 마련.
- 사목적 구조 — 창조시기는 전례(미사·성무일도), 교육(강의·자료·성경공부), 행동(캠페인·생활 전환)을 한 시기 안에서 결합해 ‘기도→성찰→행동’의 순환을 체험하게 함.
- 2019 주제 해설 — ‘생명의 그물’: 생물다양성 상실과 피조물의 상호연결성에 대한 신앙적 성찰과 보전 촉구.
- 2020 주제 해설 — ‘땅의 희년’: 쉼·해방·회복의 희년 정신을 지구 차원에서 모색, 팬데믹 시기의 회개와 재건 윤리 강조.
- 2021 주제 해설 — ‘오이코스’(집) 관점으로 생태·사회 정의의 통합과 공동의 집 재건 촉구.
- 2022 주제 해설 — 불타는 떨기나무 상징 아래, 피조물과 가난한 이의 호소에 응답하는 책임 강조.
- 2023 주제 해설 — 아모스 5,24에서 영감: 정의의 흐름이 평화를 낳는다는 성경적 가르침 재확인.
- 그린 미사 개요 — 환경 분야 종사자·활동가를 기억하고 축복하는 전례. 창조시기 중 지역별로 확산되는 실제 사례 존재.
- 교육·행동 자료 — 주교회의·사도직 단체·수도회가 본당용 자료집·주보 삽지·강의안을 제공, 본당·학교·가정의 생활 전환을 지원.
- 한국·아시아 참여 — 한국 주교회의의 전국적 권고와 교구별 프로그램(개막 미사·생태 달력 등). 필리핀 등 아시아 교회의 선도적 실천과 FABC 차원의 자료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