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단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피땀 흘리심
📖 관련 성경 구절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
🕊 교의적 배경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은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의 잔을 받아들이시며 인간적인 두려움과 고통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의 두 본성—완전한 인간이시며 완전한 하느님—가 만나는 신비를 보여줍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보여주신 새 계약의 잔을 겟세마니에서 아버지의 손으로부터 받아들이시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명하셨다”고 가르칩니다.
예수님의 이 순명의 기도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는 첫 인간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에서 보여준 불순종의 “아니오”를 거꾸로 돌려 놓는 구원사의 전환점입니다. 그리스도의 이 “예”로 말미암아 인류는 죄에 떨어진 이후 잃었던 순종의 길로 다시 초대되었습니다.
교부들은 겟세마니의 예수님을 두고 “두 의지가 싸우는 겟세마니의 투쟁”이라고 부르며, 인류의 구원을 위한 영적 전쟁이 바로 이 순간 이루어졌다고 해석합니다. 결국 예수님께서는 사랑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받아들이시고, 타락한 우리의 의지를 새롭게 하려고 자신의 뜻을 아버지께 완전히 굴복시키신 것입니다.
🔍 깊이 있는 묵상을 위한 안내
이 신비를 묵상할 때 우리는 올리브산의 어둠 속에서 외롭게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곁에 함께 서도록 초대됩니다. 제자들은 슬픔과 피로로 잠이 들었지만, 예수님은 홀로 깨어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십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고통과 두려움의 잔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예수님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정직하게 우리의 바람을 아뢰고, 동시에 하느님의 뜻을 신뢰하며 받아들일 마음을 청해 보십시오.
예수님의 고뇌에는 우리 각자의 죄와 고통까지도 짊어지고자 하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때때로 삶의 시련 앞에서 “피하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하게 되더라도, 결국에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순종하신 주님의 마음을 본받아 봅시다.
겟세마니는 단순한 고통의 장소가 아니라 기도의 자리였습니다. 예수님은 고통이 클수록 더욱 간절히 아버지께 매달리셨습니다. 우리의 고통도 기도로 승화시킬 때, 하느님께서 보내주시는 위로의 천사가 함께할 것입니다. 지금 내 삶의 어려움에서 도망치기보다, 그 자리에서 땀 흘리며 기도했던 예수님을 떠올리며 믿음의 결단을 내려봅시다.
🙏 묵상을 돕는 기도
주님, 외로이 고뇌하던 겟세마니에서 저희를 위해 끝까지 순명하신 사랑을 기억합니다. 제가 두려움에 싸일 때에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게 하시고, 제 뜻보다 아버지 뜻을 신뢰하는 은총을 내려 주소서. 고통의 한복판에서도 주님처럼 깨어 기도하며 아버지께 의탁하게 하소서. 아멘.
📜 성인의 말씀 및 신앙의 모범
성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는 겟세마니의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예수님은 홀로 슬퍼하시며 고통당하십니다. 그분의 성혈(聖血) 방울이 땅을 적십니다. … 우리 인간들의 죄악의 무게가 그분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며, 영혼이 느끼는 극심한 번민까지도 체험하셨습니다. 성 암브로시오를 비롯한 교부들은 이 장면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연약함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죄 없는 외아들 하나는 두셨지만, 고통 없는 자녀는 하나도 두지 않으셨다”는 격언처럼, 성자 예수님조차 인간의 고통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겟세마니의 피땀은 우리의 고통에 함께 하시는 주님의 연대를 나타냅니다. 우리도 삶에서 겟세마니와 같은 순간을 맞이할 때,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고통을 기도로 봉헌하고 순명의 길을 택하도록 힘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