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처 – 예수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만나심
좁고 거친 골고타의 길,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한 여인이 조용히 다가옵니다. 그 여인의 눈은 붉고 깊습니다. 예수님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길고 무거운 침묵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어머니, 마리아. 아들이 수난을 받는 모습을 보는 이 세상 그 어떤 고통도 이보다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울부짖지도, 붙잡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분의 시선은 깊이 머뭅니다. 사랑과 통회의 눈빛이 오가고, 말 없는 위로가 전해집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짧은 눈빛 안에 어머니의 고통을 아십니다. 그분은 넘어지며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두 분의 순명은, 서로를 마주보며 더욱 깊어집니다.
성모 마리아는 그저 바라보는 이가 아닙니다.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으신 첫 제자, 아들의 고통에 깊이 동참한 신앙의 여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삶에서 고통과 외로움의 길을 걸을 때 그 눈빛 하나로 버틸 수 있는 사랑의 사람이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의 십자가 앞에서 그런 눈빛이 되어 줄 수 있습니까?
성경 말씀
- 루카복음 2장 34–35절 (시메온의 예언)
- 요한복음 19장 25절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 곁에 서 있음)
가톨릭 교리서
- 제964항 – 성모 마리아는 아들의 수난에 특별히 결합하셨습니다
- 제967항 – 마리아는 신앙의 모범이자 교회의 어머니
묵상 질문
- 나는 고통받는 사람 앞에서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 누군가에게 말 없이 깊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습니까?
- 성모님의 침묵 안에 담긴 강한 사랑을 본받고 있습니까?
주님,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 고통 속에도 따뜻한 시선과 사랑의 동행이 가능함을 알게 하소서. 저희도 누군가의 십자가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이가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