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제46장

파치피쿠스 형제가 기도 중에 자기 형제 후밀리스의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 이야기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46장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46장

성 프란치스코가 세상을 떠난 후, 마르카 관구에는 지극히 거룩하고 완전한 삶을 살았던 두 수도 형제가 있었다. 한 사람은 후밀리스 형제, 다른 한 사람은 파치피쿠스 형제였다. 후밀리스는 소피아노 수도원에 머물렀고, 거기서 생을 마감하였다. 반면 파치피쿠스는 그와 멀리 떨어진 다른 수도 공동체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파치피쿠스 형제가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던 중, 황홀경에 빠져 형제 후밀리스의 영혼이 몸을 떠나 방해받지 않고 곧장 천국으로 올라가는 환시를 보았다. 이 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일어난 것이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후, 파치피쿠스 형제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자신의 형제 후밀리스가 숨을 거두었던 바로 그 소피아노 수도원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때 수도원은 브루포르테의 영주들의 요청으로 다른 곳과 교환되었고, 형제들은 수도원에 묻혀 있던 거룩한 수도자들의 유해를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파치피쿠스 형제는 자신의 형제 후밀리스의 무덤을 찾아가, 그의 뼈를 좋은 포도주로 정성껏 씻은 후, 흰 천으로 싸서 경건한 마음으로 입을 맞추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였다.

이를 본 다른 형제들은 놀라워하며, 그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그들 눈에는 파치피쿠스 형제가 육적인 애정이나 세속적인 사랑으로 형제를 슬퍼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다른 거룩한 형제들의 유해와는 달리 유독 후밀리스의 유해에만 특별한 경의를 표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파치피쿠스 형제는 이들의 마음에 떠오른 잘못된 생각을 알고, 그들을 깨우치기 위해 겸손히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내가 다른 유해들과 다르게 형제 후밀리스의 뼈에 대해 경의를 표한 것을 이상히 여기지 마시오. 하느님께 찬미를!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움직인 것은 육적인 사랑이 아니었소. 그 이유는 이러하오. 내가 그 형제가 세상을 떠나던 바로 그날,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던 중 그의 영혼이 곧장 천국으로 오르는 것을 환시로 보았기 때문이오. 그래서 나는 그의 뼈가 참으로 거룩한 것이며, 지금 천국에 있으리라 확신하오.”

그는 덧붙여 말했다. “만일 내가 다른 형제들의 영혼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확신을 가졌다면, 그들의 유해에도 같은 경의를 표했을 것이오.”

이 말을 들은 형제들은 그의 거룩하고 경건한 의도를 이해하고 큰 감명을 받았으며,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코회 형제들에게 이처럼 놀라운 일을 행하신 주님께 찬미를 드렸다.

ⓒ 원문 sacred-texts.com
Public Domain | 번역·정리: 프란치스코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