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제47장

병들었을 때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나타나 향약 상자 세 개를 가져다주신 거룩한 프란치스코회 수도자에 관하여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47장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47장

앞서 언급된 소피아노(Soffiano)라는 장소에는 옛날에 한 프란치스코회 수도자가 있었는데, 그는 지극한 거룩함과 은총을 지녀 마치 천상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자주 하느님 안에 황홀경에 빠졌고, 특별히 깊은 관상²의 은혜를 지녔다. 어느 날, 그가 온전히 하느님 안에 몰입해 있을 때,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 그의 머리와 어깨, 팔과 손 위에 친밀하게 앉아 놀라운 노래를 불렀다.

그는 고독을 사랑하며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물으면 천사처럼 정중하고 지혜롭게 응답하였다. 기도와 관상에 매우 열심이었기에 형제들은 그를 크게 존경하였다. 그가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경건한 삶을 마칠 무렵 병들어 거의 죽게 되었고, 음식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세속적인 약도 쓰기를 원치 않고, 오직 복되신 그리스도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모든 신뢰를 두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자비로 성모 마리아께서 친히 그를 위로하고 돌보러 오셨다.

그가 온 마음과 깊은 신심으로 죽음을 준비하며 침상에 누워 있을 때, 영광스러운 그리스도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놀라운 광채 속에 수많은 천사들과 성녀들에 둘러싸여 그에게 발현⁴하시고, 그의 침상 곁으로 다가오셨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영혼과 육신 모두 크나큰 위로와 기쁨을 느꼈으며, 겸손하게 기도드리며 말씀드렸다. “복되신 어머니시여, 사랑하는 아드님께 간구하셔서 제가 이 비참한 육신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그가 많은 눈물과 함께 계속 기도하자, 성모님께서 그의 이름을 부르시며 응답하셨다. “아들아, 두려워하지 말라. 네 기도가 들렸다. 내가 네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러 왔노라.”

이때 성모님 곁에는 세 명의 거룩한 성녀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손에 지극히 향기롭고 달콤한 향약¹이 담긴 상자 세 개를 들고 있었다. 성모님은 그 중 하나를 열었고, 집 안 가득 그 향기³가 퍼졌다. 그런 다음 작은 숟가락으로 향약을 떠서 병든 수도자에게 주셨다. 그는 그것을 맛보는 즉시 영혼이 육신을 견딜 수 없을 만큼 깊은 위로와 달콤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말하였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복되신 어머니시여. 인류의 구원자이신 의사님이시여, 이 단맛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애롭고 인자하신 어머니께서는 계속해서 그에게 향약을 먹이시며, 첫 번째 상자를 모두 비우셨다. 그리고 두 번째 상자를 여시어 다시 숟가락을 떠서 주려 하시자, 그는 이렇게 탄식하였다. “하느님의 어머니시여, 첫 번째 향약만으로도 제 영혼이 녹아내릴 지경인데, 어찌 두 번째를 견딜 수 있겠습니까? 천사들과 성인들보다 복되신 분이시여, 제발 더는 주지 마소서.” 이에 성모님은 말씀하셨다. “아들아, 이 두 번째 것도 조금만 맛보아라.”

그분은 그에게 아주 조금만 주시고 말씀하셨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니 기운을 내어라. 내가 곧 다시 와서 너를 나의 아드님의 나라로 데려가리니, 너는 그 나라를 늘 갈망하고 열망해 왔도다.” 그렇게 말씀하신 후, 성모님은 떠나셨고, 그 수도자는 그 향약의 달콤함과 위로로 인해 여러 날 동안 어떤 음식도 먹지 않고도 충만하고 강건하게 지냈다.

며칠이 지난 후, 그는 형제들과 기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큰 기쁨과 환희 속에서 이 비참한 세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갔다.


  1. 향약: 꿀이나 시럽에 약재를 섞어 만든 약용 혼합물. 중세 수도원에서는 하늘의 은총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했다.
  2. 관상: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한 깊은 묵상 상태. 수도자들의 가장 깊은 기도 형태 중 하나.
  3. 향기: 이 장면의 향기는 물리적 냄새라기보다, 천상적 위로와 은총의 체험을 상징한다.
  4. 발현: 하늘에서 성모 마리아나 성인들이 특별히 나타나는 사건. 종종 위로 또는 사명 전달의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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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Domain | 번역·정리: 프란치스코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