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들
제9장

성 프란치스코가 레오 형제에게 응답하는 법을 가르쳤으나, 그는 늘 반대로 대답한 이야기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9장
성 프란치스코와 동료들 – 제9장

수도회 초창기 어느 날, 성 프란치스코와 레오 형제는 성무일도¹를 드릴 책이 없이 함께 한 장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밤중기도² 시간이 되자 성인은 말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형제여, 우리가 성무일도를 드릴 책은 없지만, 하느님을 찬미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내가 말하면 너는 내가 가르치는 대로 응답해다오. 절대 내 말과 다르게 말하지 말라.”

“내가 이렇게 말하겠다. ‘프란치스코 형제여, 너는 세상에서 수많은 악을 저질렀으니 지옥에 떨어질 만하다.’ 그러면 너는 이렇게 대답하라. ‘참으로 당신은 가장 깊은 지옥에 떨어질 자격이 있습니다.’”

비둘기처럼 순진한 레오 형제는 기꺼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이름으로 시작하시지요.”

성인이 말했습니다. “오 프란치스코 형제여, 너는 세상에서 그토록 많은 악을 행하였으니 지옥에 마땅히 떨어질 자다.” 이에 레오 형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통해 그토록 많은 선을 이루실 것이므로, 당신은 낙원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성인은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말게. 내가 이렇게 말하면, ‘프란치스코 형제여, 너는 하느님께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으니 하느님께 저주받아 마땅하도다,’ 너는 이렇게 대답하라. ‘참으로 당신은 하느님께 저주받기에 합당합니다.’”

레오 형제가 “네, 아버지”라고 답하자, 성인은 눈물과 한숨, 가슴을 치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시여, 제가 당신께 이토록 많은 죄를 지었사오니, 저는 완전히 당신께 저주받기에 합당합니다.”

그러자 레오 형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여,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는 당신의 죄보다 훨씬 크시기에, 당신에게 큰 자비를 베푸시고, 더 많은 은총까지 더해주실 것입니다.”

성인은 참을성 있게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순명에 거슬러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여러 번 말하라고 했는데도 왜 늘 반대로 대답하시오?”

레오 형제는 아주 겸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아시듯이 저는 매번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말하려 마음먹었으나,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말을 제 입으로 말씀하시게 하시는 듯합니다.”

프란치스코는 말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이라도, 내가 말하는 대로 대답해 주시오. 간절히 부탁합니다.”

레오 형제가 말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씀하십시오. 이번에는 정말로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여, 비참한 죄인이여, 네가 하느님의 자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레오 형제는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에게 큰 은총을 주실 뿐 아니라, 당신을 드높이시고 영원히 영광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 두 사람은 그렇게 겸손한 대화와 많은 눈물, 큰 영적 위안 속에서 밤새 깨어 기도하였습니다.


  1. 성무일도: 수도자나 성직자가 하루의 정해진 시간에 바치는 공식 기도 예식으로, 시편·찬미가·성경 독서 등으로 구성됩니다.
  2. 밤중기도: ‘matins’에 해당하며 전통적으로 한밤중 또는 새벽녘에 드리는 성무일도의 한 시간기도입니다.
ⓒ 원문 sacred-texts.com
Public Domain | 번역·정리: 프란치스코 다이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