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거룩한 성흔에 대한 여섯 번째 묵상
여섯 번째 묵상은, 이 신비가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 동안에는 사람들에게 감추어졌고, 그의 죽음 이후에야 드러났다는 점에 관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이 복된 종은 자신이 너무도 영광스럽고 고귀한 보화로 장식된 것을 깨달았을 때, 이 선물의 은총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여 그것을 드러내거나 알리는 일을 매우 꺼려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을 긴 옷 아래에 가능한 한 감추었고, 매우 세심하게 숨겼기 때문에, 그와 가까이 지내고 친밀하게 교류하던 많은 형제들조차도 그의 생전에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그는 또한 이 사실에 대해 결코 언급하지 않았고, 고해성사와 같은 매우 신중한 자리 외에는 다른 이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눈, 위장, 비장의 심한 질병으로 인해 산 펠리체 온천에 자주 요양하러 가곤 했지만, 그곳에서도 이 신비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결코 온전히 옷을 벗는 일은 없었고, 오직 일부만 벗도록 허락하였다. 그는 죽기 전날, 아씨시의 주교와 루카 형제와 안젤로 형제 등 가장 가까운 벗들을 불러, 그들의 축복을 받으며 하느님 안에서 지극히 경건하고 복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형제들은 그의 몸을 장사지내기 위해 정성스럽게 씻고자 하였고, 그때 하느님의 뜻으로 인해 그분께서 그토록 감추셨던 신비가 드디어 드러나게 되었다. 형제들은 프란치스코의 손과 발에 못자국의 상처가 아주 명확하게 새겨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 상처에는 실제로 못이 박혀 있었고, 손등과 발등을 뚫고 나와 있었으며, 그 못의 머리와 끝이 서로 분명하게 보였고, 그 양쪽 끝이 살에서 돌출되어 있었으며, 끝은 약간 구부러져 마치 망치로 두드린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또한 형제들은 그의 옆구리에 창 자국의 상처도 보았는데, 그 상처는 창이 깊게 찔러 피와 물이 함께 흘러나온 자리를 나타내는 것이었으며, 이는 마치 복되신 주님의 옆구리를 찌른 그 성창의 흔적과도 같았다. 이 성흔은 그가 살아 있을 때에는 철저히 숨겨졌지만,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하느님의 뜻에 따라 공적으로 드러난 증거로 나타나, 이 성인의 거룩함과 주님께 받은 은총이 진실로 얼마나 위대한지를 세상에 드러내게 되었다.
이 신비로운 성흔이 드러났을 때,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크나큰 경탄과 경외에 사로잡혔으며, 마치 그 자리에서 새롭게 감동을 받은 듯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이를 확인한 수많은 사람들, 특히 교회와 수도회 내의 지혜롭고 덕망 높은 인물들은 이 일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의심 없이 확신하였다. 그들은 이 성흔이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자신께서 친히 새기신 표식임을 믿었다.
교황청에서도 이 성흔의 진위를 철저히 조사하였으며, 그 결과, 이 표지가 참되며 신비롭고 거룩한 것임이 분명히 증명되었다. 그리고 이 표지는 여러 사람의 눈으로 직접 목격되었으며, 무수한 증인들 앞에서 공적으로 확인되었고, 수많은 기적이 이 표지를 통해 일어났으며, 그 성인의 탁월한 성덕과 삶으로 인해 더욱 강하게 뒷받침되었다.
그리고 이 신비는, 성 프란치스코가 살아 있을 때 감추었던 겸손함으로 인해 더욱 놀랍고 감동적으로 여겨졌다. 그는 결코 스스로의 공로로 이 은총을 받은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숨기고자 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비천하게 보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종이 자신에게 맡겨진 성흔의 신비를 땅에 묻어두지 않기를 바라셨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이 놀라운 표지를 통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영적인 각성과 회개의 불꽃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셨다.
그리고 이 표지는 이후에도 오래도록 무수한 기적과 치유의 표징으로 드러났으며, 그를 진심으로 공경하는 이들, 특별히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나아가는 이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이처럼 이 신비로운 성흔은,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 안에서 드러났으며, 세상 끝날까지 그리스도의 수난과 사랑을 증언하는 살아 있는 표지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