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거룩한 성흔에 대한 일곱 번째 묵상

일곱 번째 묵상은, 이 성흔이 성 프란치스코 안에서 이루어낸 신비로운 열매와 은총에 관한 것이다. 곧, 그는 이 표지를 받은 후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더욱 거룩하고 지극히 덕스럽게 살아갔으며,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겸손과 감사와 사랑 안에서, 그리스도께 온전히 일치된 삶을 살게 되었다.

이 표지를 받은 이후, 그는 자신의 몸을 더욱 단련하고, 마음을 더 낮추고, 모든 고난과 비난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영혼 안에 깃든 그리스도의 모상처럼 살기를 원했다. 그는 이제까지보다 더 자주 눈물로 기도하였고, 사람들 앞에서조차 자신의 죄와 무가치함을 고백하며 오직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만을 갈망하는 삶을 살았다.

또한 그는 늘 십자가 위의 주님을 묵상하였고,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자신의 병고와 가난을 은총의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는 날마다 더욱 그리스도를 닮고자 하였고, 그 성흔이 그의 육체에 새겨졌듯, 그의 영혼에도 주님의 상처와 사랑이 깊이 새겨지기를 원했다.

성 프란치스코는 성흔을 받은 후, 하느님께서 자신 안에서 이루시는 신비에 대하여 더욱 경외심을 품었고, 그 어떤 고통도 하느님의 뜻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는 영혼의 담대함을 지니게 되었다. 그의 마음은 세상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고, 이제 그는 하늘의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가 되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는 더없이 단순하고 겸손한 모습을 지녔으나, 그의 내면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강렬한 빛과 사랑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성흔의 고통을 감추면서도 그것을 내적으로는 기쁨으로 품었고, 주님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영광이라 여겼다.

이후 그는 형제들에게 더욱 깊은 사랑을 보이며, 그들이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말없이 모범을 보이며 이끌었다. 그는 이제 단지 가르치는 이가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을 따라 살아가는 산 복음서가 되어 있었다.

이 신비로운 성흔은, 성 프란치스코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서 마지막 완성의 인침이 되었으며, 그는 이 표지를 통해 더욱 온전하게 하느님 안에 머물게 되었다. 그의 영혼은 더 이상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께 자신의 모든 마음을 드리며 사랑 안에서 완전히 소멸되어 갔다.

그는 마치 살아 있는 순교자처럼, 육체의 고통과 상처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날마다 새롭게 증언하였고, 동시에 그 안에서 부활의 영광을 미리 맛보는 자가 되었다. 그는 이 신비의 은총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깊은 기쁨을 누렸으며, 그리스도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도구이자 거울이 되었다.

이처럼, 성 프란치스코가 받은 성흔은 단지 외적인 표식이나 기적이 아니라, 그의 삶 전체가 그리스도께 일치된 존재임을 드러내는 영적 인장이었던 것이다.